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막스 보른, 파스쿠알 요르당이 행렬 역학에 대한 체계를 만들고 있을 때, 그 곁에는 또 따른 절은(아니 어린)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olfgan Pauli가 있었습니다. 1900년생 파울리는 아놀드 좀머펠트의 학생으로, 1921년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보른과 함께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파울리는 이미 10대 시절, 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을 썼고, 이후 200페이지가 넘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교과서"를 쓰는 등, 그의 천재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은 행렬 역학의 이론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켰으나, 행렬 역학의 치명적인 단점은 극복하지 못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행렬 역학을 이용해서는 구제척인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행렬 역학에서 등장하는 위치, 운동량 행렬은 차원이 무한대인 행렬입니다. 만일 위치, 운동량 행렬이 유한 차원 행렬이라면, Trace (행렬의 대각 성분의 합) 의 성질,
행렬 역학에서 주어진 것은 단지 해밀토니안이
이 어려운 문제를 파울리가 풀어냈습니다. 파울리는 (영문번역) On the hydrogen spectrum from the standpoint of the new quantum mechanics 라는 논문을 통해서 행렬 역학에 기반을 둔 수소원자 선 스펙트럼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이 논문은 Zs. f. Phys 36권을 통해 출판되었는데, 파울리가 이 논문을 저널에 투고한 시점은 1926년 1월 17일 입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첫 논문이 1925년 7월이고, 보른-요르당의 논문이 1925년 9월에 나왔으니, 단 3달 정도만에 문제를 풀고 논문을 작성한 것 입니다. 파울리의 결과로 인해서 행렬 역학은 단순히 그럼직한 이론이 아닌, 실제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이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파울리가 수소 원자의 선 스펙트럼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당시 원문 논문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원문 논문과는 상관 없이 파울리의 문제 해결 방법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인데 (1)파울리의 원문 논문은 이해하기가 힘들고,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 (2)파울리의 논문은 새로운 이론을 전개한다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에서 문제를 푸는 것이니, 굳이 원문의 디테일한 내용을 볼 필요는 없다 입니다.
(복습1) 대수적인 방법으로 단조화 진동자 문제 풀기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는 행렬 역학의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단 한 번 등장합니다. 바로 단조화 진동자 문제를 풀 때 입니다. 물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도 되지만, 이 문제의 경우에는 어쩐지 행렬 역학의 방법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더 깔끔합니다. 간단하게 복습을 하면,
(1)
(2)
(3) 역시
(4) 위 (2), (3)을 잘 조합하면,
입니다. 핵심은 새로운 연산자
(복습2) 대칭성을 이용한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 풀기
https://studyingrabbit.tistory.com/47?category=911713
대칭성을 이용한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 풀이
The career of a young theoretical physicist consists of treating the harmonic oscillator in ever-increasing levels of abstraction. -Sydney Coleman 양자역학에서 대칭성은 매우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학..
studyingrabbit.tistory.com
대칭성을 이용하면, 구체적인 물리 문제는 매우 쉽게(?) 풀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예시는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위 포스팅에서는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를 마치 3차원 회전과 관련된 수학적 구조를 도입하여 쉽게 풀었습니다. 위 포스팅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위 포스팅을 먼저 읽고나서 이 글을 계속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복습3) 라플라스-룽게-렌츠(Laplace-Runge-Lenz) 벡터 (LRL)
고전역학에서 케플러 문제를 공부하다 보면 라플라스-룽게-렌츠 벡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벡터는 보통
로 정의 됩니다. 이 벡터는 보존되는 벡터로, 간단한 계산을 통해서
LRL 벡터를 양자역학적인 연산자로 표현하려면
(실전문제풀이) 각운동량과 LRL의 연산법칙과 해밀토니안의 표현
해밀토니안
입니다. 첫 두 식은
또한 아래와 같은 관계식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식은 고전역학에서
두 번째 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조화 진동자 문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롭게 연산자를 도입하고, 새로운 연산자로 해밀토니안을 표현 했을 때, 새로운 표현법이 만일 원래 표현법 보다 더 간단하다면 새로운 표현법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 입니다. 위 두번째 식은 해밀토니안을
와 같이 정의하고,
를 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경우, 이 연산자들간의 교환연산자를 계산하면,
을 만족하게 됩니다.
식
를 얻습니다. 양변에
을 얻습니다. 여기서
을 최종적으로 얻게 됩니다. 이 값은 바로 보어가 유도했고, 수소의 선 스펙트럼 문제의 에너지 고유값과 동일한 결론입니다! 즉
파울리의 해를 통해서 행렬 역학의 기본 가정만 받아들인다면 개별 물리 문제를 풀 수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만일 파울리가 수소 원자 문제를 풀지 못 했다면,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의 이론은 그 당시 물리학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 입니다.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 곁에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가 있었기 때문에 초기 양자역학이 발전이 앞당겨 진것 같습니다.
파울리는 이 이후에도 초기 양자역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파울리 배타원리"를 통해서 페르미온과 보존의 차이를 설명하였고, 비상대론적인 스핀 효과를 포함하는 이른바 파울리 방정식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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