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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동치임을 밝힌 슈뢰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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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양자역학의 초기 역사와 관련된 논문을 하나씩 읽어보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행렬력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함을 밝힌 에르빈 슈뢰딩거의 1926년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nnalen der Physics (4), vol. 79, 1926에 출판된 논문입니다. 역시나 영문번역본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논문이 내용을 보기 전에, 슈뢰딩거가 이 논문을 쓰기 이전의 간략한 역사와 이 논문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해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25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위치를 "인덱스가 2개인 수학적인 양"으로 정의하고, 이 인덱스가 2개인 수학적인 양이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 즉 양자화 조건, 을 유도하였습니다. 2달 후, 막스 보른과 파스쿠알 요르당은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에서 도입된 "인덱스가 2개인 수학적인 양"이 다름 아닌 행렬matrix임을 지적하였고, 발전된 수학적인 테크닉을 통하여 양자역학적인 위치 행렬과 운동량 행렬이 만족 시켜야 하는 조건, 강한 양자화 조건, 을 $[P, X] = \frac{\hbar}{2 \pi i}$ 라는 간결한 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하이젠베르크, 보른-요르당의 논문에서는 각기 자신들의 방법론을 통해 단조화진동자 문제를 양자역학적으로 풀어냈고, 고유 에너지는 $E_n = \hbar \omega (n + \frac{1}{2})$, 여기서 $n = 0, 1, 2, 3, ...$이 됨을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볼프강 파울리는 순수하게 대수적인 방법만을 이용하여 행렬역학적인 수소 원자의 고유에너지가 $E_n = -\frac{E_1}{n^2}$임을 보였고, 이로부터 행렬역학이 단순한 "수학적 놀음"이 아닌 원자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올바른 이론이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슈뢰딩거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통해서 자신의 방정식을 유도하였고, 매우 자연스러운 미분 방정식의 풀이법을 통해서 양자화 조건에 도달하였습니다. 슈뢰딩거의 방법론에서 양자화 조건은 미분방정식의 경계조건으로 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되었습니다. 슈뢰딩거 역시 단조화 진동자와 수소 원자에 자신의 방정식을 적용하여 해를 얻어 냈는데, 슈뢰딩거가 얻은 해는 놀랍게도 행렬역학을 통해 얻은 해와 완전히 같았습니다. 즉, 완전히 달라 보이는 두 이론이 하나의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것 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은 같은 결과를 주는 것 일까?" 슈뢰딩거의 물음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염두해 두고, 슈뢰딩거의 논문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논문은 양자역학에 대한 슈뢰딩거의 네 번째 논문으로,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의 양자역학과 자신의 양자역학의 방법론(이후 부분에서는 이를 각각 간단히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의 결과를 제시합니다. 논문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에서 앞의 세 섹션의 주요 내용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서문과 초록

 

서론과 초록 부분에서 슈뢰딩거는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의 차이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렬역학에서 입자의 "위치"는 행렬로 표현됩니다. 행렬은 자연수 $n, m = 1, 2, 3, ...$ 에 대해서 각 $(n,m)$ 조합마다 하나의 실수값 $X_{nm}$ 을 갖게 됩니다. 운동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운동량은 $P_{nm}$과 같이 각 $(n, m)$ 조합마다 하나의 실수값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운동 방정식과 양자화 조건 $[P, X] = \frac{\hbar}{2 \pi i}$으로 부터 무한히 많은 (행렬이 무한 차원 행렬이기 때문에) 연립 방정식을 얻게 되고, 이 연립 방정식을 풀게 되면 시스템의 고유 에너지 $E_n$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리량이 정수 $(n,m)$에 대한 조합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불연속적인 값을 갖게 됩니다. 요약하면 (1)위치와 운동량이 행렬로 변하고, (2)행렬 방정식을 풀면 고유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파동역학에서 위치는 변수가 아닌 파라미터의 역할을 합니다. 파동역학에서 변수는 위치 그 자체가 아니라 위치를 인수로 하는 필드(장)와 같은 수학적 양인 $\psi(x)$입니다. 그리고 운동량 그 자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psi(x)$는 $x \in \mathbb{R}^3$를 정의역으로 하는 (좋은 성질을 같은) 복소수 함수입니다. 이 복소수 함수는 (원점에서) 무한히 먼 곳에서는 함수값과 미분값이 $0$이 되는 경계조건 하에서 미분 방정식을 만족하게 됩니다. 이 미분방정식을 풀면 고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경계 조건으로 부터 고유 에너지는 불연속적인 값을 갖게 됩니다. 

 

2. 잘 정의된 연산자와 행렬의 좌표 공간 표현 및 곱셈법칙의 구성

 

이 섹션에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같은 결론을 주는 이유가 밝혀집니다. 행렬역학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이 모두 등장하는데, 파동역학에서는 위치만 (파라미터로) 등장합니다. 따라서 파동역학에서 운동량을 위치의 함수 혹은 연산자로 표현을 해 주어야 하는데, 운동량 $p$는 $p = -i\hbar \frac{d}{dx}$ 로 대치 되어야 함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공간 차원 인텍스 $m, l = 1, 2, 3$에 대해서 

$$x_m x_l - x_l x_m = 0$$

$$\frac{d}{dx_m} \Big(\frac{d}{dx_l}\Big) - \frac{d}{dx_l} \Big(\frac{d}{dx_m}\Big) = 0$$

$$\frac{d}{dx_m}x_l - x_m \frac{d}{dx_l} = \delta_{m,l}$$

의 성질로 부터, 파동역학에서의 위치와 운동량 연산자의 교환 법칙은 행렬역학에서 위치와 운동량 행렬의 교환법칙 $[X, P] = i\hbar$와 동일함을 보입니다. 마지막 수식에서 $m=l$이라고 한다면 (편의상 인덱스를 제거 하고 쓰면), 식은 $\frac{d}{dx}x - x\frac{d}{dx} =1$이 되는데, 이 식의 좌우변은 단순한 값(실수)가 아닌 연산자 이기 때문에, 함수 $\psi(x)$에 대해서,

$$\frac{d}{dx} (x \psi(x)) - x \frac{d}{dx}\psi(x) = 1 \cdot \psi(x) = \hat{I} \psi(x)$$

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우변에서 $\hat(I)$는 항등 연산자 (identity operator) 입니다. 위 설명은 대부분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보일 때 쓰는 설명입니다. 

 

슈뢰딩거는 일반적인 함수 혹은 위치 $x$에 대한 연산자를 어떻게 행렬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 합니다. 이를 위해서 완비 직교 함수를 도입합니다. 완비 직교 함수 $\{ u_1(x) \sqrt{\rho(x)}, u_2(x) \sqrt{\rho(x)}, ...\}$는 

$$\int \rho(x) u_i(x) u_k(x) = \delta_{ik}$$

를 만족시키는 함수입니다. 요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는 $u_1(x) \sqrt{\rho(x)}$ 자체를 하나의 기저 함수 $v_1(x)$로 표현을 하는데, 슈뢰딩거는 (조금 더 일반적인) 방법으로 위와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방정식이 스트륌-리우빌 미분 방정식의 형태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스트륌-리우빌의 이론에 따라 기저 함수에 가중함수(weight function) $\rho(x)$를 도입하여 표현한 것 같습니다.

 

슈뢰딩거는 위에서 정의한 완비 직교 함수 (기저 함수)를 활용하여 연산자 $F(x, \frac{d}{dx})$의 행렬 표현을

$$F^{kl} = \int \rho(x) u_k(x) \Big[F, u_l(x)\Big] dx$$

로 정의 합니다. 여기서 $\Big[F, u_l(x)\Big]$ 는 논문의 표기법으로 현대적인 표기법 $F(u_l(x))$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연산자와 행렬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연산자의 연산 법칙과 이에 대응되는 행렬의 연산 법칙이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족해야 하는데, 즉 두 연산자 $F, G$에 대해서 $(F+G)^{kl} = F^{kl} + G^{kl}$와 $(FG)^{km} = \sum_{l}F^{kl}G^{lm}$ 를 만족해야 합니다. 덧셈에 대한 관계식을 증명하는 것은 자명하고, 연산자의 순차적인 연산을 행렬로 표현한 것이, 연산자의 행렬 표현에 대응되는 행렬의 곱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슈뢰딩거는 요즘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 자주 이용하는 테크닉인 부분적분과 완비성 관계식(relation of completeness)을 사용합니다. 부분적분은 연산자 $F$가 미분연산자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유용한데, 미분이 가해지는 함수와 그렇지 않은 함수의 역할을 바꿀 수 있게 합니다. 즉,

$$\int \psi_1(x) \frac{d}{dx} \psi_2(x) = \psi_1(x) \psi_2(x) \Big| ^{\infty}_{\infty} - \int \psi_2(x) \frac{d}{dx}\psi_1(x) = - \int \psi_2(x) \frac{d}{dx}\psi_1(x)$$

로 부터 좌변의 피적분함수는 $\psi_1$과 $\psi_2$의 미분의 곱이지만, 우변의 피적분함수는 $\psi_2$와 $\psi_1$의 무분의 곱이 됩니다. 완비성 관계식을 현대적인 표현법으로 쓰면,

$$1 = \sum_{l} |\psi_l \rangle \langle \psi_l |$$

입니다. 

 

이 두 관계식을 활용하면, 

$$\sum_{l}F^{kl} G^{lm} = (FG)^{km} = \int \rho(x) u_k(x) \Big[FG, u_m(x) \Big] dx$$

를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정리하면,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의 표현법으로 부터 자연스럽게

$$\hat{p} = -i\hbar \frac{d}{dx}$$

$$F^{kl} = \int \rho(x) u_k(x) \Big[F, u_l(x) \Big] dx$$

를 정의하면, 파동역학에서 연산자의 곱셈(연속 연산)의 법칙은 이에 대응되는 행렬의 곱셈의 법칙과 동일하며, 위치 연산자와 운동량 연산자의 교환 법칙은 이에 대응되는 위치 행렬과 운동량 행렬의 교환 법칙 $[x, p] = i \hbar$와 동일함을 증명하였습니다. 

 

3. 하이젠베르크의 양자화 조건과 편미분 법칙

 

이 섹션에서는 위 섹션 2의 결과를 활용하는데, 위치와 운동량 행렬의 $(i,k)$ 성분의 값을

$$x^{ik} = \int x \rho(x) u_i(x) u_k(x) dx$$

$$p^{ik} = -i\hbar \int \rho(x) u_i(x) \frac{d}{dx} u_k(x)dx$$

와 같이 정의한다면 행렬역학의 위치와 운동량의 교환법칙을 만족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 증명은 위 섹션의 마지막 결론에서 $F = x, G = -i\hbar \frac{d}{dx}$를 대입하면 됩니다. 

 

섹션 3에서는 이 밖에도 파동역학의 측면에서 미분 연산자를 어떻게 취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이는 크게 중요한 내용이 아니고, 알게 모르게 학부 양자역학에서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 

 

슈뢰딩거가 이 논문을 통해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함을 보인 방식은 요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동일하다는 것을 보일 때 쓰는 논의의 방식과 완전히 동일 합니다. 슈뢰딩거가 100년전 고민했고 증명한 내용을 좀 더 현대적인 표기법과 해석법으로 배우는 것 입니다. 

 

보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논의 한다면, 슈뢰딩거의 위 논의는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한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증명한 것에 불과 합니다. 그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우선 파동함수 $\psi(x)$가 만족해야 하는 조건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엄밀한 정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 $\psi(x)$는 힐베르트 공간의 원소로 정의(공리)합니다. 만일 $\psi(x)$가 힐베르트 공간의 원소라면, 리츠-피셔 정리로 부터 $\psi(x)$는 실수열 $(\psi_1, \psi_2, .., )$와 일대일 대응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로부터 파동역학의 파동함수의 공간과 행렬역학의 상태함수의 공간이 서로 대응관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독립된 포스팅을 통해 추가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위 문단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 있는 논문의 내용은 양자역학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이미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새로운 내용이나, 원전의 논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나 슈뢰딩거의 근원적인 사고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좀 글이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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