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번의 포스팅을 통해서 초기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을 간략히나마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에 의해서 정립된 행렬역학은 최초의 "현대적인" 양자역학의 방법론으로, 이를 통해서 단조화진동자,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에르빈 슈뢰딩거는 편미분방정식이라는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양자역학 세계를 기술하였고, 슈뢰딩거 역시 그의 방정식을 통해서 단조화진동자,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과 같은 개념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 두 방법 중 현대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니 모든, 경우에 파동역학의 방법으로 양자역학 문제를 풉니다. 즉, 특정한 퍼텐셜 하에 입자의 에너지 준위나 그와 관련된 물리량을 계산하는 경우, 행렬역학의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경우는 없고, 모든 경우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고, 방정식의 해인 고유값과 고유함수(파동함수)를 이용하여 필요한 계산을 합니다. 그 이유는 행렬역학의 방법을 이용해서는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요, 볼프강 파울리가 행렬역학의 방법을 이용하여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를 풀었던 방식을 살펴 보면 이에 동의하실 것 입니다.
학부 과정의 양자역학 교과서에서 행렬역학의 방법으로, 즉 위치 행렬과 운동량 행렬의 순수한 교환 관계의 법칙만을 이용하여 주어진 해밀토니안의 고유값을 계산 하는 방법, 문제를 푸는 경우는 단조화진동자의 경우 밖에 없습니다. 단조화진동자의 경우에는 위치와 운동량 연산자 $X, P$를 선형 변환한 $a, a^{\dagger}$ 연산자를 도입하여 $a, a^{\dagger}$ 연산자의 교환 법칙을 이용하여 해밀토니안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해밀토니안의 고유값을 구합니다.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위치 에너지가 $V(x) = \frac{1}{4}\lambda x^4$와 같이 주어진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것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으나, 이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 입니다. 하지만,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해밀토니안의 고유값을 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물론, 해석적인 방법으로 해를 구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수치해석적인 방법을 통하여 원하는 수준의 정확도의 고유값을 구하는 것은 거의 항상 가능합니다. 수치해석적인 방법을 통하여 일반적인 1차원 슈뢰딩거 방정식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포스팅도 예전에 해 두었으니, 그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해당 포스팅을 보시면 됩니다. 양자역학을 이제 막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내용이 궁금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보시길 권장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가장 간단한 양자역학 문제라 할 수 있는 무한 포텐셜 우물 문제를 행렬역학의 방법을 통해서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행렬역학의 방법을 통해서 양자역학 문제를 푸는거이 무척이나 어렵다는것을 한 번 느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논문 Matrix mechanics of the infinite square well and the equivalence proofs of Schrödinger
and von Neumann, American Journal of Physics 82, 583 (2014) 을 참고하였습니다.
문제의 기술
무한 포텐셜 우물 문제에서 해밀토니안은 $H = \frac{P^2}{2m}$으로 주어집니다. 우물의 너비(너비의 정의는 아마 아실거라 생각합니다)를 $L$이라고 하겠습니다. 입자가 우물 "밖"에 있는 경우에는 위치 에너지 값이 무한대인데, 이 경우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즉, 입자가 항상 우물 안에 있고, 따라서 해밀토니안은 위와 같이 주어집니다. 이 문제의 경우 운동량 행렬은 위치 행렬의 미분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X = \sum_{nk}X_{nk}e^{i\omega_{nk}t}$$
로 부터,
$$P = \sum_{nk} P_{nk}e^{i\omega_{nk}t} = m\frac{dX}{dt} = \sum_{nm} i m \omega_{nk}X_{nk} e^{i\omega_{nk}t} $$
가 되고, $P_{nk} = im \omega_{nk}X_{nk}$ 가 됩니다. 위 식에서 $m$은 입자의 질량이고, $n, k = 1, 2, ... $ 값을 갖습니다. $\omega_{nk} = \omega_n - \omega_k$이고, $E_n = \hbar \omega_n$으로 부터, $\omega_n = \frac{E_n}{\hbar}$가 됩니다. $E_n$은 해밀토니안 $H$를 대각화했을 때 $(nn)$ 성분인데, $H = \frac{P^2}{2m}$으로 부터 $E_n = \Big[ \frac{P^2}{2m} \Big]_{nn}$ 입니다. $H$의 엇대각 성분은 $0$이라는 것으로 부터, $n \ne m$이면, $\sum_{a}P_{na}P_{am} = 0$ 이 됩니다. 또한 $X, P$는 교환 관계식 $[X, P] = XP - PX = i \hbar I$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마지막 관계식을 행렬 $X, P$의 성분별로 좀 더 풀어서 쓰면,
$$\sum_{a} X_{na} P_{ak} -\sum_{b} P_{nb} X_{bk} = i \hbar \delta_{nk}$$
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수식을 모두 만족시키는 행렬 $X, P$와 고유 에너지 $E_n$를 찾는 것이 행렬역학의 방법을 이용하여 무한 포텐셜 우물의 문제를 푸는 것 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겠다는 감이 오나요? 행렬의 각 성분 $n, k = 1, 2, ... $에 대해서 위 식들이 성립해야 하기 때문에, $X_{nk}, P_{nk}, E_n$에 대한 연립 방정식을 푸는 것이며, $n,k$는 임의의 자연수값을 갖기 때문에, 식이 무한이 많은 연립 방정식 문제입니다. 그냥 딱 봐도 어려워 보입니다.
순수하게 위 연립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통해 $X, P$ 행렬의 각 성분을 구해 보려고 잠시 끄적거렸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생각한 것이라, 생각보다 문제의 풀이법이 쉬운데 제가 그걸 못 찾았을 수 도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위 문제에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문제 풀기
행렬역학으로 문제를 푸는게 매우 어려워 보이니, 파동역학의 방법론(즉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것)을 채택해 보겠습니다. 무한 우물 포텐셜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것은 학부 양자역학 거의 맨 첫 부분에 나오는 문제로, 이 포스팅을 여기까지 이해하신 분이라면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답만 적으면,
$$E_n = \frac{h^2 n^2}{8mL^2}$$
$$\psi_n(x) = \sqrt{\frac{2}{L}} \sin \Big( \frac{n\pi x}{L} \Big)$$
입니다. 역시 행렬역하게 비해 파동역학은 쉽습니다.
파동역학의 결과로 부터 행렬역학에서 구하고자 하는 행렬 $X, P$가 어떠한 형태인지를 바로 계산할 수 있는데요,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등함을 밝힌 슈뢰딩거의 논문에 대해 다룬 포스팅에서,
$$P_{nm} = \int \psi_n(x)^* \frac{h}{i} \frac{d}{dx} \psi_m(x)$$
$$X_{nm} = \int \psi_n(x)^* x \psi_m(x)$$
와 같이 정의한다면, $P_{nm}$과 $X_{nm}$을 $(nm)$ 성분으로 하는 행렬 $P, X$는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 관계식 $[X, P] = i\hbar$가 만족한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따라서, 행렬역학을 통해서 구하려던 행렬 $X, P$의 성분은 다름 아닌 위 식과 같이 주어지게 됩니다. 위 문제의 기술 부분에서 행렬 $X, P$가 만족해야 하는 연립방정식에 대해서 잔뜩 적어 두었는데, 그 연립 방정식의 해를 바로 구하려면 매우 어렵지만, 파동역학의 방법을 통해 구하면 아주 쉽게 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P_{nm} = \int \psi_n(x)^* \frac{h}{i} \frac{d}{dx} \psi_m(x)$, $X_{nm} = \int \psi_n(x)^* x \psi_m(x)$가 $[X, P] = i\hbar$를 만족하는지 계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렬의 성분
별로 특별한 것은 없고, 단순히 계산을 하면 됩니다. 실제로 계산을 해 보면
$$\begin{equation}
P_{nk}=
\begin{cases}
\frac{4\hbar}{iL}\frac{nk}{n^2 - k^2}, & n+k \text{ odd} \\
0, & n+k \text{ even}
\end{cases}
\end{equation}
$$
$$\begin{equation}
X_{nk}=
\begin{cases}
-\frac{8L}{\pi^2}\frac{nk}{(n^2 - k^2)^2}, & n+k \text{ odd,} \\
0, & n+k \text{ even} (n \ne k) \\
\frac{L}{2}, & n= k \\
\end{cases}
\end{equation}$$
가 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계산은 양자역학 연습문제나 시험문제에서 한 번 쯤 해봤을거라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X_{nk}, P_{nk}$는 앞에서 살펴 본 $P_{nk} = im \omega_{nk}X_{nk}$ 를 만족하게 됩니다. 여기서 $\omega_{nk} = 0$ 일때, 즉 $\omega_n = \omega_k$ 이므로 $n=k$인데, 이는 곧 행렬의 대각 성분, $P_{nn}$ 는 항상 0이 되고, $X_{nn}$은 $\frac{L}{2}$가 됩니다. $P_{nn}$이 0이 되는 것은 이 문제에서만 그런것이 아니고 모든 문제에서 그렇게 되는 것인데, $P_{nn} \propto \langle \psi_n | \frac{d}{dx} | \psi_n \rangle$ 인데, $\langle \psi_n | \frac{d}{dx} | \psi_n \rangle \propto \frac{d}{dx} \langle \psi_n | \psi_n \rangle$이고 $\langle \psi_n | \psi_n \rangle = 1$ 이므로 그 미분값은 0이 됩니다.
행렬 $P$를 한 번 써 보면,
$$P = \frac{h}{2L} \begin{pmatrix}
0&
\frac{8i}{3 \pi}&
0&
\frac{16i}{15 \pi}&
...\\
-\frac{8i}{3 \pi}&
0&
\frac{24i}{5\pi}&
0&
...\\
0&
-\frac{24i}{5\pi}&
0&
\frac{48i}{7\pi}&
...\\
-\frac{16i}{15\pi}&
0&
-\frac{48i}{7\pi}&
0&
...\\
...&
...&
...&
...&
...
\end{pmatrix}$$
와 같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P^2_{11}$ 성분을 계산해 보면, 바닥 상태의 에너지 준위를 계산할 수 있는데,
$$P^2_{11} = \frac{h^2}{4L^2} \Big[ (\frac{8}{3\pi})^2 + (\frac{16}{15\pi})^2 + (\frac{24}{35\pi})^2 + (\frac{32}{63\pi})^2 + (\frac{40}{99\pi})^2 + ...\Big] = \frac{h^2}{4L^2}$$
으로 부터 $E_1 = \frac{h^2}{8mL^2}$ 이 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E_n = \frac{1}{2m} \sum_{k=1}^{\infty}|P_{kn}|^2 = \frac{2h^2}{\pi^2 m L^2}\sum_{k}\Big( \frac{nk}{n^2-k^2} \Big)^2$$
이고, 마지막 항에서 $k$ 합은 $P_{nk}$의 성질에 따라 적절이 잘 해주어야 합니다, 이로 부터
$$E_n = \frac{h^2n^2}{8mL}$$
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조금 만 계산을 해 본다면, $XP - PX = i\hbar I$도 보일 수 있습니다. 파동역학의 방법을 따라서 계산한 값들이 행렬역학의 조건들을 다 만족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행렬역학만 이용하여 계산하는 것 보다 훨씬 쉽고, 다양한 문제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런 까닭에 실제 문제를 푸는데는 행렬역학은 이용되지 않고, 파동역학이 이용되는 것 입니다.
논문의 다른 내용
앞서서, 이 포스팅은 논문 Matrix mechanics of the infinite square well and the equivalence proofs of Schrödinger
and von Neumann, American Journal of Physics 82, 583 (2014) 을 참고하였다고 했는데요, 이 논문의 후반부에서는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수학적으로 동치라는 것에 대한 슈뢰딩거와 폰 노이만의 논의를 설명합니다. 슈뢰딩거의 논의는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바 있고, 폰 노이만의 논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언급한 바 없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결론
무한 포텐셜 우물 문제를 행렬역학의 방법으로 풀어 보도록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문제의 기술 부분에서 설명한 여러개의 방정식을 모두 만족시키는 연립 방정식을 푸는것이 행렬역학으로 문제를 푸는 것인데, 매우 어려운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파동역학의 방법으로 풀고, 즉 자명한 경계조건이 도입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고, 슈뢰딩거가 보인 파동역학과 행렬역학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방식, $X_{nk} = \int \psi_n(x) x \psi_k(x) dx, P_{nk} = \int \psi_n(x) \frac{\hbar}{i} \frac{d}{dx} \psi_k(x) dx$, 을 채택하면 하이젠베르크-보른-요르당의 양자화 조건을 만족하는 행렬 $X, P$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문제를 통해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동치라는 것을 확인 하였고(좀 더 정확히는 파동역학의 결과로 부터 행렬역학의 결과를 유도하는 것), 행렬역학의 방법론 대비 파동역학의 방법론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역학 문제 풀이] 원형 빗면(콘, 깔때기)에서 구르는 입자의 운동 (0) | 2022.04.01 |
---|---|
[양자역학 문제 풀이]1차원 디랙 델타 포텐셜이 나오는 문제 (서울대 대학원 입학시험) (0) | 2022.03.28 |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동치임을 밝힌 슈뢰딩거 (0) | 2022.03.20 |
수소 원자의 선 스펙트럼 문제를 행렬 역학의 방법으로 풀어낸 볼프강 파울리 (0) | 2022.03.16 |
폴 디랙에 의한 정준 양자화(Canonical Quantization)의 탄생 (0) | 202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