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공부하다 보면 디랙 델타 함수Dirac delta function에 대해 접하게 됩니다. 디랙 델타 함수는
$$\begin{equation}
\delta(x)=\begin{cases}
0, &x \ne 0 \\
\infty, &x=0
\end{cases}
\end{equation}$$
이면서,
$$\int_{-\infty}^{\infty} \delta(x) dx = 1$$
를 만족시키는 함수로 정의 됩니다. (보다 정확히는 위와 같이 정의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성질을 갖는 "분포" 라고 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그러나, 이 포스팅은 델타 함수에 대한 수학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델타 함수를 이용하여 모델링하는 물리문제를 다루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냥 위 식을 델타 함수의 "정의" 라고 하겠습니다)
$x$가 0이 아닌 모든 곳에서는 그 값이 0인데, 적분값이 0이 아닌 경우는 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직관상 원점 부근에서 매우 뾰족한 함수라고 생각하면, 물리적인 응용에서는 그리 부족함이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정규 분포에서 사용되는 가우스 분포에서 표준 편차가 매우 작은 경우의 극한을 델테 함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delta(x) \approx \lim_{\sigma \rightarrow 0} \frac{1}{\sqrt{2\pi} \sigma} e^{-\frac{1}{2}\frac{x^2}{\sigma^2}}$$
물리의 곳곳에서 델타 함수를 접할 수 있는데,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예는 아마 고전 역학의 조화 진동자 파트 중에서 "외력이 가해지는 경우의 조화 진동자의 움직임"을 공부할 때 일 것 입니다. 이 문제는 Inhomogenous differential equation 문제로, 그린 함수를 도입하여 해를 구하게 됩니다. 조화 진동자의 그린 함수의 해는, $t = 0$ 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단위 임펄스(impulse)가 가해졌을 때의 해인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는 단위 임펄스"를 기술할 때 델타 함수가 도입됩니다.
양자역학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데, 보통 $\langle x | x' \rangle = \delta(x-x')$와 같은 식으로 접하게 됩니다. 또는 1차원 스케터링 이나 1차원 bound state에 대한 문제를 풀 때, 매우 좁은 공간 범위에서만 작용하는 포텐셜을 기술하기 위해서 도입되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바로 이 경우, 즉 1차원 bound state에 대한 문제에서 델타 함수가 나오는 구체적인 문제 하나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
연습문제를 푸는 목적은 (1)공부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혹은 (2)공부한 개념을 이용하여 실제 매우 구체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전에 간단한 경우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함 입니다. $(1) \approx (2)$이기 때문에 둘을 불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 도 있으나, 어쨌든 크게 보면 위 두 이유 입니다. (2)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현상의 핵심적인 성질을 반영하고 있는 "간단한 모델"을 설계하고, 이 "간단한 모델"에 대한 해석적인 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생각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모델에 대해서도 해석적인 풀이가 불가능 할 수 도 있지만, 해석적인 해를 구할 수 있는 경우, 매우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들어, 1차원 공간상에서 특정한 형태의 attractive potential 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attractive potential은 $x=0$ 부근에서 $V(x) \lt 0$ 이 되는 포텐셜 입니다. 1차원의 독특한 성질에 따라, attractive potential이 있기만 하다면 포텐셜의 깊이에는 상관이 없이 1개 이상의 bound state 해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attractive potential에 대해서 문제를 풀기는 (해석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간단히 모델링하는 형태의 포텐셜이 필요한데, 이 때에 델타 함수 형태의 포텐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자면, 위 그림에서 (A)와 같은 형태의 포텐셜에 대한 문제를 풀고 싶다고 할 때, 바로 (A)에 대한 문제를 풀어도 되긴 하지만, 그것 보다는 매우 간단한 형태에 대해 문제를 풀어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식"을 쌓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A)를 단순화한 형태의 포텐셜이 필요한데, (B)의 형태나 (C)의 형태의 포텐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B)는 깊이가 유한한 모텐셜 우물이고 (C)는 원점에 델타 함수가 있는 포텐셜 입니다. (B), (C) 모두 해석적으로 풀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형태의 모델 포텐셜 입니다. 문제를 쉽게 푸는 측면에서는 (B) 보다는 (C)가 더 유용한데, 왜냐하면 문제를 풀 때 (B)는 $x$축을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야 하고, 두 곳(포텐셜 우물의 오른쪽 왼쪽 벽 위치)에서 경계조건이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C)는 $x$축은 2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한 곳(원점)에서 경계조건이 있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델타 함수는 attractive potential을 매우 간단히 모델링 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 (1차원의 경우엔) 쉽게 해석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 포텐셜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연습 문제로 많이 이용되곤 합니다.
실제 문제
1차원 델타 함수가 나오는 양자역학 문제를 하나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문제는 2019년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물리학전공) 석사 및 석박통합 후기 모집 면접구술고사 전공시험의 양자역학 문제 중 하나 입니다.
문제의 기본 조건을 그래프로 그리면 위와 같습니다. $x \lt 0$ 영역에서는 포텐셜의 크기가 무한대이기 때문에 입자의 접근이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x \lt 0$ 부근에는 점선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입자는 $x \ge 0$ 에만 존재할 수 있으며(해당 영역에서만 파동함수의 값이 0이 아닐 수 있습니다), $x=0$에서 경계조건은 자연스럽게 $\psi(0) = 0$ 이 됩니다. 문제에서는 $U \lt 0$ 으로 하여 $V(x) = U\delta(x-a)$ 로 두었는데, 편의상 $V(x) = -U\delta(x-a)$로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U \gt 0$이 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문자가 음수값을 갖는 것 보다는 양수값을 갖는 것이 식을 전개함에 있어서나 생각함에 있어서나 편리한 것 같습니다. $x \gt 0$ 에서의 특별한 경계조건은 없습니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서 $x$축을 $-a$만큼 평행 이동 시키겠습니다. 이 경우, 델타 함수 포텐셜이 원점에 위치하게 되고, 경계조건은 $x \gt 0$ 이 아닌 $x \gt -a$가 됩니다.
보통 1차원 문제를 푸는 것 처럼 영역을 나눠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면 됩니다. 이 문제의 경우 델타 함수 포텐셜이 있는 원점을 기준으로 왼쪽(음수 쪽, N으로 표시), 오른쪽(양수 쪽, P로 표시)으로 나눠서 풀면 됩니다. 또한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frac{1}{2}\psi''(x) + V(x)\psi(x) = (-E)\psi(x)$$
로 간단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우변에는 $E$ 대신 $-E$를 하였는데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해는 bound state 해 이기 때문에 에너지 값이 음수가 됩니다. 따라서 처음 부터 $E$ 대신에 $-E$라고 쓰고 $E \gt 0$을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N 영역의 해는 $\psi(x) = Ae^{kx} + B^{-kx}$가 됩니다. 여기서 $k = \sqrt{2E}$ 입니다. 만일 $x$의 영역이 $-a$에서 제한되지 않고 $-\infty$까지 이어진다면 $B=0$이 되어야 겠지만(그렇지 않으면 음의 무한대에서 파동함수가 발산하게 됩니다), 이번 문제에서는 $x$가 $-a$까지로 제한이 돼 있기 때문에 $B$가 0이 아닌 값을 가져도 됩니다. P 영역의 해는 $\psi(x) = C e^{-kx}$ 입니다.
$$\begin{equation}
\psi(x)=\begin{cases}
Ae^{kx} + Be^{-kx}, &x \lt 0 \\
Ce^{-kx}, &x \gt 0
\end{cases}
\end{equation}$$
파동함수의 개형을 그리면 위와 같습니다. $x=-a$에서 파동함수는 0이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양수쪽에서는 지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항상 양수가 되기 때문에 $x$축과 만나지 않습니다.
경계조건을 이용하여 위 식에서 상수 $A, B, C$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계조건은
$$\psi(-a) = 0$$
$$\psi(0^-) = \psi(0^+)$$
$$\psi'(0^+) - \psi'(0^-) = 2V(0)\psi(0)$$
이렇게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 경계조건은 $x=-a$ 에서 포텐셜 값이 무한대가 되기 때문에 가해지는 조건, 두 번째 경계조건은 $x=0$에서 파동함수의 연속, 세 번째 경계 조건은 $x=0$에서 파동 함수의 미분의 불연속 조건 입니다. 세 번째 경계 조건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양자역학 교과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파동함수를 대입하여 정리하면
$$Ae^{-ka} + Be^{ka} = 0$$
$$A + B = C$$
$$-Ck - (Ak - Bk) = -2U(A+B)$$
가 됩니다. 미지수가 3개이고, 식이 3개이니 위 연립 방정식을 완전하게 풀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식을 이용하여 $C$를 소거하고, 첫 번째 식을 이용하여 $B$를 소거 한 뒤, $A$를 정리하면 $Ak = VA(1-e^{-2ka})$ 를 얻게 됩니다. $A$는 0이 아니기 때문에, 이로부터
$$k = U(1-e^{-2ka})$$
가 됩니다. $k = \sqrt{2E}$를 환원하면,
$$\sqrt{2E} = U(1 - e^{-2\sqrt{2E}a})$$
가 bound state의 에너지의 식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E$가 $U, a$의 함수로 explicit하게 써 지는 것은 아니고, 음함수의 형태로 주어집니다.
$E$를 취급하는 것 보다는 $k$를 취급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k = U(1-e^{-2ka})$ 식을 좀 더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x=-a$에서와 같은 경계조건이 없다고 한다면, $\lim_{a \rightarrow \infty}$와 같은 극한을 생각할 수 있고, 이 경우 $k = U$, 즉 $E = \frac{U^2}{2}$ 를 얻습니다. $m, \hbar$를 다 써서 표현하면 $E = \frac{mU^2}{2\hbar^2}$로, 일반적인 1차원 델타 함수의 문제에서 얻어지는 bound state의 에너지와 같습니다.
일반적인 $a$값에서 $k$는 graphical method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포텐셜의 깊이가 유한한 경우의 bound state를 구할 때 한 번쯤 써 보는 방법으로, $k/V = (1 - e^{-2ka})$로 부터 $y = k/V$ 그래프와 $y = 1 - e^{-2ka}$ 그래프를 그리고, 두 그래프의 교점을 구하는 방식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붉은선은 $1 - e^{-2ka}$를 푸른색 선은 서로 다른 $V$값에 따른 $k/V$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V$의 값이 클 수록, 즉 포텐셜의 세기가 강해질 수록, 그래프의 기울기는 작아지게 되고 큰 $k$값에서 붉은색 그래프와 만나게 됩니다. 두 그래프가 만나게 되는 $k$값이 우리가 구하려고 하던 bound state의 에너지에 대응되는 $k$값 입니다. $V$의 값이 매우 작다면, 즉 포텐셜의 세기가 매우 작다면, 푸른색 그래프의 기울기는 매우 커지게 되고, 위 그래프의 $V_1$으로 표시한 그래프와 같이 푸른색 그래프와 붉은색 그래프가 만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bound state의 해가 없는 경우가 됩니다. 즉, attractive potential의 세기가 너무 약해서 bound state를 생성할 수 없는 경우 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V_2$의 경우는 푸른색 그래프와 붉은색 그래프가 접점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의 $V$ 값인데, 교점이 생기기 위해서는 붉은색 그래프의 초기 기울기 보다 푸른색 그래프의 기울기가 더 작아야 합니다. 즉
$$\frac{1}{V} \lt 2a \rightarrow V \gt \frac{1}{2a}$$
가 bound state가 존재할 $V, a$의 조건이 됩니다. $x=-a$의 경계조건이 없는 경우, $a=\infty$로 생각할 수 있고, 이 경우 $V \gt 0$ 이면 bound state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앞에서 알아본 결과과 동일 합니다.
$x=-a$에서와 같은 경계조건이 있는 경우, 파동함수는 경계조건이 없는 경우와 비교할 때 보다 빠르게 0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특히 $a$가 매우 작은 값인 경우, 그 정도가 심해집니다. 파동함수의 변화가 큰 경우, 파동함수에 대응되는 운동에너지가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가 음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텐셜이 깊어져야 합니다.
양자역학을 이제 막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위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어야 어느 정도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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