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양자역학 교과서와 커뮤니티에서는 양자역학의 시작을 막스 플랑크의 양자화 가설로 꼽습니다. 플랑크는 흑체 복사를 설명하기 위해 고전 전자기 이론에서 유도될 수 있는 빛의 에너지에 대한 공식이 아닌, 자신의 이름이 붙은 상수에 빛의 진동수를 곱한 값을 빛의 에너지로 새롭게 정의하였습니다. 흔히
로 표현 됩니다. 플랑크 이후 닐스 보어, 아놀드 좀머펠트, 엘버트 아인슈타인, 루이스 드브로이 등에 의해서 원자 세계의 물리 법칙들이 하나 둘 밝혀지게 되었고, 보통 이들에 의해서 (1920년 이전에) 연구된 양자역학을 고전 양자 역학(old quantum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이 당시의 양자역학의 법칙들은 특정한 원리(혹은 공리)로 부터 유도된 것이 아니라, 경험적/실험적 규칙(empirical rule)으로 부터 유도되었거나 그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매우 간단한 가정으로 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각각의 법칙이 특정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1925년 독일의 젊은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의해서 물리학은 일대의 혁명을 겪게 됩니다.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 중 하나인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되는 것 입니다. (다른 하나의 기둥은 당연히 상대성이론 입니다) 하이젠베르크는 1901년 12월 5일 생인데, 양자역학에 대한 그의 논문은 1925년 7월 29일에 완성(논문 투고 일) 되었으니, 만 23살 8개월의 젊은 청년이 물리학의 일대의 변화를 선도한 것 입니다. 만 23살 8개월이면 한국 나이로는 24살 혹은 25살이니, 요즘으로 치면 물리학과 학부를 졸업할 수준의 연령대 입니다.
흔히 행렬역학으로 불리는 하이젠베르크의 새로운 형식의 역학에 대한 논문Über quantentheoretische Umdeutung kinematischer und mechanischer Beziehungen은 독일어 물리학 저널 Zeitschrift für Physik에 1925년 7월 투고되었고, 같은 해 9월 출판되었습니다. 논문의 제목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Quantum theoretical re-interpretation of kinematic and mechanical relations, 우리말로 번역하면, 운동학과 역학 관계의 양자역학적인 재해석 쯤 됩니다. 물론 발번역 입니다. (kinematics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 번역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논문에서 하이젠베르크는 고전역학에서는 "실수"로 정의되던 "위치"를 "행렬"값으로 바꾸어 놓았고, 자신이 고안한 "연산 법칙"을 이용하여 물리 문제를 풀어 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위 논문을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이젠베르크가 어떻게 자신이 방정식을 만들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저 논문은 독일어로 쓰여졌습니다. 필자는 독일어를 할 수 없으니, 이 논문이 영어 번역본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어 번역본은 초기 양자역학에 대한 역사와 논문들을 모아 둔 책 Sources of Quantum Mechanics 이용하였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혹은 인터넷 검색을 잘 하면 PDF 버전의 자료를 얻을 수 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오래된, 그것도 거의 100년이나 된, 논문들이 그렇듯, 그 당시의 원저 논문을 읽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요즈음에 비해 옛날에는 논문의 문체나 형식이 다듬어 지지 않았고, 그 당시의 수학적, 물리학적 배경 지식과 현대의 그것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을 바로 보기 보다는, 물론 보긴 봐야 합니다, 이 논문에 대한 설명을 주제로 하는 논문 Understanding Heisenberg’s ‘‘magical’’ paper of July 1925: A new look at
the calculational details 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히는 이 논문에 대한 한국어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실린 논문으로 위 제목으로 구글 검색을 하면 Arxiv 논문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을 이해하는 가장 편안 방식은
(1)이 포스팅의 설명을 본다
(2) Understanding Heisenberg’s ‘‘magical’’ paper of July 1925: A new look at
the calculational details 논문을 본다
(3)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을 본다
가 될 것 같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논문의 앞 부분에서 "위치, 주기 운동의 주기"와 같이 측정할 수 없는 양을 이용한 설명이나 우연히 운이 좋아서 실험을 설명할 수 있는 관계식 대신에 "오직 측정 가능한 물리량 사이의 관계식을 세우는 것"을 강조 합니다. 이는 흔히 양자역학 교과서나 다양한 저작에서 볼 수 있는 하이젠베르크의 철학이자 양자역학의 철학입니다. 원자의 위치라는 것은 측정하 수 없는 값이고, 또한 자신의 논문에서 위치라는 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닌 행렬(정확히는 인덱스가 두개 붙은 어떠한 양)으로 주어지는 것이니, 논문의 결과와 일치된 주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그러한 주장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것 같습니다로 끝나는 문장의 내용은 모두 저의 뇌피셜입니다. 적당히 걸러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식
따라서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에서 처음 나오는 물리법칙(물리량들의 관계식)은 (원자에서) 에너지 준위와 빛의 파장(진동수)에 대한 식

입니다. 현대적인 표현법으로 나타내면
입니다. (정확히는
위 과정을 한 번 더 하면,
가 됩니다.
양자역학적인 물리량 기술
고전역학계에서 어떤 물체가 1차원에서 각속도
전하를 가진 입자가
위 푸리에 변환식의 지수에 있는
와 같이 표현이되고, 위치는
위 설명이 이해 되지 않는다면, 정상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왜 저게 저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굳이 저와 같은 가정이 성립되는 양자역학 시스템(단조화 진동자의 해)를 찾을 수 있지만, 그 단조화 진동자의 해는 이 논문의 가정으로 부터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순환 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충 비슷해 보이니 이렇게 한 번 해 보자"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더니 잘 되더라"의 설명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다른 설명을 찾을 수도 있는데, 고전 전자기 이론에 따르면 주기 운동을 하는 전하에서 초당 발생하는 에너지는
으로 주어짐이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교 물리학 전공생이라면 전자기학 2학기에 위 식의 유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즉, 고전 전자기 이론에 따르면 발생하는 빛의 에너지는
어쨌든 이 부분이 하이젠베르크의 위대한 가정의 시작 입니다. "위치", "속도(운동량)"과 같은 값은 실제로 측정이 되지 않는 값이니 실제로 측정을 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에너지 준위"를 믿을 수 있는 양으로 가정 하고, "위치", "운동량"을 에너지 준위값을 이용하여 표현하면 위와 같은 표현이 가능하게 됩니다. 즉 에너지 준위
단순히 "위치"가 아닌 일반적인 물리량을 생각해서 일반화 하면, 하이젠베르크의 방법은 고전역학의 물리량을 두 에너지 준위와 관련된 값들의 함수로 표현한 것 입니다. 즉, 특정한 물리량
와 같이 표현한 것 입니다. 실제로는 푸리에 급수에서의 아이디어를 얻어
가 됩니다.
와 같은 형태를 가져야 하고, 위 두 식을 비교하면,
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위 과정에서는 단순히 위치
양자역학적인 운동방정식
위치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기술을 마쳤으니, 이제는 이 양자역학적인 위치 "행렬"이 만족해야 하는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그 당시 잘 알려진 양자화 조건은 "주기 운동을 하는 물체의 액션은 항상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 이어야 한다" 입니다. 이는 보어의 원자 모델의 양자화 조건을 보다 일반화 한 것으로 보어-좀머펠트 양자화 조건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가 됩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조건을 활용합니다. "고전" 양자 역학의 이론이긴 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이 조건 외에는 특별한 조건이 떠 오르지 않습니다.
위 식에 고전적인 시간에 따른 위치의 식
가 됩니다. 여기서 정수
이 됩니다. "갑자기 왜
이 되고,
를 얻습니다. 이 식은 위치
를 얻게 되고, 이것이 바로 위치 행렬
양자역학의 위치-운동량 교환 법칙
위 식에서
로 쓸 수 있습니다. 위치를 미분하면 속도가 되고, 속도에 질량을 곱하면 운동량이 됩니다. 따라서 운동량에 대응하는 "행렬"은
이 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비교이니,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연습장에 한 번 써보면 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입니다. 두 번째항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쓸 수 있고, 이를 종합하면 하이젠베르크가 쓴 위치 "행렬"
이 됩니다.
즉, 위 조건은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위치와 운동량 연산자의 관계를 알려주는 식
지금까지의 설명이 양자역학의 Fundamental commutation relation
(1) 고전 양자 역학 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두 에너지 준위
(2) 주기
(3) 위 식에서
(4) (1)과 (3)에 따라서 두 물리량을 곱하는 것은 두 물리량에 대응되는 행렬을 행렬 곱 하는 것과 같음
(5) 고전 양자 이론의 양자화 조건에 (2)와 (3)을 대입하여 정리하면 위치 행렬
(6) (5)에서 얻은 조건에 조금의 가정(대각성분은 값이 0이다)을 보태면
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결국 핵심은 (3)의 과정인데, 이 과정을 통해서 실수 값을 가졌던 위치, 운동량은 행렬으로 변하게 됩니다. (3)의 과정만 받아 들이게 된다면, 이후 과정은 고전 역학적인 결과에 (3)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과정이 아닙니다.
이상 하이젠베르크의 1925년 논문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 보고, 이를 "유도" 해 보았습니다. 앞서 언급 했듯, 위 설명의 대부분은 논문 Understanding Heisenberg’s ‘‘magical’’ paper of July 1925: A new look at
the calculational details 을 참고한 것이며, 중간 중간에 저의 해석과 의견이 포함 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양자역학 교과서 혹은 대학교 물리학 전공 과정 중에서는 하이젠베르크가 어떻게 하여 행렬역학에 도달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텐데 (1)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서 설명을 하고 문제를 푸는게 더 쉬움, (2)이걸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함(이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음), (3)이해가 매우 어려움 일 것 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부 수준에서라도)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나서, 양자역학이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찾아보는 것은 상당히 가치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첫 논문이 나오고 나서, 보른-요르당-하이젠베르크 세 사람을 또 하나의 논문을 쓰게 됩니다. 이 논문에서는 행렬을 소개하는 것 부터 시작하여 행렬역학의 핵심 결론과 이를 실제 문제에 적용하여 양자역학적인 해를 얻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내용은 대학교 물리학 전공생이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내용입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이후의 이야기도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폴 디랙에 의한 정준 양자화(Canonical Quantization)의 탄생 (0) | 2022.03.15 |
---|---|
막스 보른과 파스쿠알 요르당에 의한 행렬역학의 정립 (0) | 2022.03.13 |
투사체 궤적의 포락선(envelope function) 구하기 (0) | 2022.02.11 |
곡선 위를 따라 움직이는 입자의 운동 방정식 (3) | 2021.11.21 |
그린함수에 대한 설명과 감쇄 조화 진동자 문제에 적용(Green's function and its application to damped harmonic oscillator) (0) | 2021.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