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 방정식은 양자역학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방정식입니다. 공간 차원이 1차원인 경우,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방정식은
$$-\frac{1}{2}\frac{d^2}{dx^2}\psi(x) + V(x) \psi(x) = E\psi(x)$$
로 주어집니다. 편의상 입자의 질량 $m$, 플랑크 상수 $\hbar$는 $1$로 두었습니다. 풀려고 하는 문제에 맞게 $V(x)$가 주어지고, $\psi(x)$가 만족해야 하는 경계 조건이 주어집니다. 구속된 상태(bound state)의 파동 함수의 경우, 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의 공간 전체의 적분이 유한 해야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즉,
$$\int \big| \psi(x)\big|^2dx \lt \infty$$
이어야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경우, 즉 문제 마다 다르게 주어지는 $V(x)$의 형태와는 상관 없이,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가 만족 시켜야 하는 조건 혹은 해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의의 공간 차원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경우인 공간 차원이 1차원인 경우만을 고려하겠습니다.
(1) 고유 에너지의 축퇴가 없다(non degenerate)
일반적으로 하나의 고유 에너지에는 이 고유 에너지에 대응되는 여러개의 고유 상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2차원 단조화 진동자를 생각한다면, 2차원 단조화 진동자의 고유 에너지는 0을 포함한 정수 $n_x, n_y$에 대해서
$$E = E(n_x, n_y) = \Big(n_x + \frac{1}{2} \Big) + \Big(n_y + \frac{1}{2} \Big) = (n_x + n_y +1) \hbar \omega$$
로 주어 집니다. 즉, $n_x + n_y$ 값이 같은 $(n_x, n_y)$쌍이 여러개 있을 수 있고, 바닥 바닥상태 $n_x = 0, n_y = 0$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태가 축퇴 돼 있습니다. 수소 원자의 에너지 역시 주양자수 $n$에 의해서만 결정 되기 때문에, 구면조화 함수를 기술하는 두개의 양자수 $l,m$에 대해서 축퇴 돼 있습니다.
하지만, 1차원의 경우에는 축퇴가 없습니다. 이에 대한 증명은, 뭔가 물리적 증명이 아니라 단순한 수학적 증명인데, 이는 슈뢰딩거 방정식과는 무관한 일반적인 2계 선형 미분 방정식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일반적인 2계 선형 미분 방정식
$$p(x) y''(x) + q(x) y'(x) + r(x)y(x) = 0$$
의 선형 독립인 해는 2개 존재합니다. 슈뢰딩거 방정식 역시 위 일반형을 만족하는 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고유값을 포함하여 고유값이 아닐수도 있는 일반적인 $E$에 대해서 선형 독립인 2개의 해가 존재 합니다. 이 때 이 두 해를 $\psi_1, \psi_2$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파동 함수는 각각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게 되는데,
$$-\frac{1}{2}\frac{d^2}{dx^2}\psi_1(x) + V(x) \psi_1(x) = E\psi_1(x)$$
$$-\frac{1}{2}\frac{d^2}{dx^2}\psi_2(x) + V(x) \psi_2(x) = E\psi_2(x)$$
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식에 $\psi_2$를 곱하고, 두 번째 식에 $\psi_1$를 곱한 다음 위 식에서 아래 식을 빼면,
$$\psi_1(x) \psi_2''(x) - \psi_2(x) \psi_1''(x) = 0$$
를 얻게 됩니다. 위 식을 적분하면 (부분적분을 쓰면 됩니다)
$$W(\psi_1, \psi_2)(x) = \psi_1(x) \psi_2'(x) - \psi_2(x) \psi_1'(x) = \text{constant}$$
가 됩니다. 여기서 $W(\psi_1, \psi_2)(x)$는 미분 방정식 이론에서 나오는 론스키안(Wronskian)입니다. 만일 $\psi_1(x)$와 $\psi_2(x)$가 동일한 $E$에 대한 고유 함수라면, 두 함수는 모두 $\int \big| \psi(x)\big|^2dx \lt \infty$ 를 만족해야 하고, 따라서 $\psi_1(x \rightarrow \infty) = \psi_2(x \rightarrow \infty) = 0$이어야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W(x \rightarrow \infty) = 0$ 이고, 론스키안이 임의의 $x$에서 상수라는 것을 보였기 때문에, 임의의 $x$에서 $W(x) = 0$이 됩니다. 즉, $\psi_1(x)$와 $\psi_2(x)$는 선형 종속 관계에 있고, 정규화를 통해서 $\psi_1(x) = \psi_2(x)$가 되기 때문에, 축퇴가 없습니다. (증명 끝)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슈뢰딩거 방정식은 2계 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임의의 $E$값에서 2개의 선형 독립인 방정식의 해가 존재한다는 것 입니다. 단,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해가 되려면, 구속 조건과 규격화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2개의 선형 독립인 해 중에서 많아야 1개만이 구속 조건과 규격화 조건을 만족 할 수 있기 때문에 축퇴가 없어 집니다.
(2) 고유 함수는 실수 함수이다.
양자역학의 파동함수 $\psi(x)$는 일반적으로 복소수 입니다. 파동함수가 복소수이기 때문에, 측정할 수 없고, 이는 양자역학을 "신비의 학문"으로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간 차원이 1차원인 경우에는 파동함수는 실수 함수가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파동함수 그 자체를 측정하거나, 이 파동함수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값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증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증명은 사실 위에서 한 (1)번의 증명의 따름정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1)을 유도하면 거의 바로 유도 할 수 있습니다.
위치 에너지 $V(x)$와 에너지 $E$는 실수이기 때문에, 만일 $\psi(x)$가 에너지 $E$에 대한 해라고 한다면, $psi(x)$의 켤레 복소수 함수인 $\bar{\psi}(x)$ 역시 해가 됩니다. 만일 $\psi(x)$가 실수함수이거나 순수복소수 함수가 아니라면, $\psi(x)$와 $\bar{\psi}(x)$가 선형 독립인 함수가 됩니다. 즉, 에너지 $E$에 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과 구속조건을 만족 시키는 선형 독립인 해가 2개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1)의 증명에 위배 됩니다. 따라서, $\psi(x)$는 실수 함수이어야 하고, 이 경우 $\bar{\psi}(x) = \psi(x)$가 되기 때문에 (1)의 증명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증명 끝)
(3) 당김힘 포텐셜(attractive potential)에 대해서 항상 구속된 상태 (bound state) 가 존재한다.
당김힘 포텐셜(한국말로 번역하니까 약간 어색한데)은
$$V(x) \le 0$$
$$\int V(x) dx = v <0$$
으로 정의 되는 포텐셜 입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V(x)$가 특정한 점 $x_0$ 부근에서만 $0$이 아닌 음수이고, 그 외 지역에서 $0$이라고 한다면, 이 포텐셜은 입자를 $x_0$부근으로 "당기는" 힘이 됩니다. 1차원, 그리고 2차원에서는 포텐셜이 당김힘 포텐셜이라고 한다면, 그 크기에 상관 없이 항상 구속된 상태가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 증명은 변분법(variational method)를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psi(x) = e^{-\frac{x^2}{2L}}, L \gt 0$$
와 같은 시도 함수 (trial wavefunction)을 생각합니다. $\psi(x)$의 절대값 제곱의 적분값 $||\psi||^2 = \int |\psi(x)|^2 dx$는 $L$에 비례 합니다. 즉 $||\psi|| \propto L^{1/2}$ 이라 쓸 수 있습니다. 이 파동함수의 운동에너지는
$$0 \le \frac{\langle \psi | K | \psi \rangle}{||\psi||^2} \propto L^{-2}$$
이므로,
$$0 \le \langle \psi | K | \psi \rangle \propto L^{-1} = \frac{1}{L}$$
이 됩니다. 이로 부터 적당한 $L_K$를 잡으면, $L \ge L_K$인 $L$에 대해서,
$$0 \le \langle \psi | K | \psi \rangle \le -\frac{v}{3}$$
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langle \psi | V | \psi \rangle$는 $V(x) \le 0$이기 때문에 $L$에 대해서 감소 함수이며,
$$\lim_{L \rightarrow \infty} \langle \psi | V | \psi \rangle = \int V(x) dx = v \lt 0$$
이고
$$\lim_{L \rightarrow 0} \langle \psi | V | \psi \rangle = 0$$
의 성질을 만족합니다. 따라서 특정한 $L \gt L_V$ 일대, $\langle \psi | V | \psi \rangle \le \frac{2v}{3}$을 만족하게 하는 $L_V$를 정할 수 있습니다.
위 두 성질로 부터, $L \gt L_H = \max(L_V, L_K)$ 인 $L$에 대해서,
$$\frac{\langle \psi | H | \psi \rangle}{||\psi||^2} = \frac{\langle \psi | K | \psi \rangle}{||\psi||^2} + \frac{\langle \psi | V | \psi \rangle}{||\psi||^2} \le (-\frac{v}{3} + \frac{2v}{3}) \frac{1}{||\psi||^2} = \frac{v}{3} \frac{1}{||\psi||^2} \lt 0$$
를 만족하게 됩니다. 즉, 특정한 형태의 시도 함수에 대해서 에너지 기대값이 음수가 나왔기 때문에, 바닥 상태의 에너지 역시 음수가 됩니다. (증명 끝)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유한한 우물 포텐셜 문제 혹은 당김힘 디락 델타 포텐셜 문제를 풀어봤을 텐데요, 그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면, 포텐셜의 깊이에 상관 없이 포텐셜이 음의 값을 갖기만 한다면 최소한 1개의 구속된 고유 함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는 1차원에 대해서 증명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2차원의 경우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2차원의 경우도 포텐셜의 "깊이" 와는 상관 없이 포텐셜이 음의 값을 갖는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 주변에서 구속된 고유 상태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3차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3차원 유한한 우물 포텐셜 문제를 풀어 보면 알 수 있는데, 3차원에서는 포텐셜의 깊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깊지 않으면 구속 상태가 생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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