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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슈뢰딩거 방정식 유도 : 슈뢰딩거의 1926년 논문의 유도 과정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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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 방정식은 아원자 세계의 "뉴턴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역학에서 뉴턴 방정식이 시간에 따른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를 알려주는 방정식이라고 한다면,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에 따른 전자의 "상태"를 기술하는 방정식 입니다. 위 문장에서 (위치, 운동량)이 "상태"가 대응이 되는데, 고전 역학에서 입자의 "상태"는 (위치, 운동량)으로 완전히 기술됩니다. 

 

양자역학은 학부 물리학 전공 3학년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데, 사용하는 교과서에 따라서 약간씩은 설명이 다르긴 하겠지만, 슈뢰딩거 방정식은 일종의 "공리" 처럼 유도 없이 받아 들이게 됩니다. 제가 교과서로 공부한 그리피스의 양자역학 책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양자역학 태동기에 대한 설명이나 광전 효과 등의 배경 지식이 없이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도입합니다. 

 

인터넷에서 "슈뢰딩거 방정식 유도"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 합니다. 


가정 파동 함수 $\Psi(x,t)$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주어진다.

$$\Psi(x,t) = A e^{i(kx - \omega t)}$$

파동 함수의 시간, 공간에 따른 변화는 고전적인 형태의 해밀토니안에 의해서 주어지는데, 해밀토니안은

$$H = T + V = \frac{1}{2m}p^2 + V(x) = E$$

와 같다.

 

파동 함수를 $x$에 대한 2계 미분, $t$에 대한 1계 미분을 하면 각각

$$\frac{\partial ^2 \Psi}{\partial x^2} = -k^2 Ae^{i(kx - \omega t)} = -k^2 \Psi(x,t)$$

$$\frac{\partial \Psi}{\partial t} = -i \omega Ae^{i(kx - \omega t)} = -i \omega \Psi(x,t)$$

와 같고, 드브로이의 관계식 $p = \frac{2\pi \hbar}{\lambda}$와 $k = \frac{2\pi}{\lambda}$로 부터 $k = \frac{p}{\hbar}$를 얻는다. 따라서, $x$에 대한 2계 미분을

$$\frac{\partial ^2 \Psi}{\partial x^2} = -\frac{p^2}{\hbar ^2} \Psi(x,t)$$

이 된다. 

 

해밀토니안 식의 양변에 파동 함수 $\Psi(x,t)$를 곱하면, 

$$E \Psi(x,t) = \frac{p^2}{2m} \Psi(x,t) + V(x) \Psi(x,t)$$

가 되는데, 위에서 얻은 $\frac{\partial ^2 \Psi}{\partial x^2} = -\frac{p^2}{\hbar ^2} \Psi(x,t)$를 이용하여 위 식을 한 번 정리하면,

$$E \Psi(x,t) = \frac{-\hbar^2}{2m}\frac{\partial ^2 \Psi}{\partial x^2} + V(x) \Psi(x,t)$$

이 된다. 

 

물질파의 에너지와 진동수의 관계식 $E = \hbar \omega$로 부터, 

$$E\Psi(x,t) = \frac{\hbar \omega}{-i \omega} \Psi(x,t)$$

를 얻고, 이 식을 위 식에 대입하고 정리하면 최종적으로,

$$i \hbar \frac{\partial \Psi(x,t)}{\partial t} = \frac{- \hbar^2}{2m} \frac{\partial ^2 \Psi(x,t)}{\partial x^2} + V(x) \Psi(x,t)$$

를 얻는다


뭔가 되게 그럴듯하고, 간단하면서도, 양자역학의 모든것을 파악한 기분이 들게 하는 "유도"인데, 당연히 틀렸습니다. 처음에 파동함수를 $\Psi(x,t) = A e^{i(kx - \omega t)}$로 놓는 것 부터가 문제인데, A를 상수도 두고 모든 계산을 합니다. 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 보면 알게 되지만, 포텐셜이 있는 경우, 즉 $V(x) \neq 0$ 인 경우, $A$는 상수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부분 부분에서 매우 특수한 경우의 예시를 들어서 일반적인 과정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애초에 위 과정은 양자역학의 매우 기본적인 선수 지식으로 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을 어떻게든 유도 하는 것이니 정확함 보다는 "대충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정도로만 받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슈뢰딩거의 1926년 논문 <Quantisierung als Eigenwertproblem> 을 통해 처음 "유도" 됩니다. "유도"와 같이 "" 표시를 이용해 강조한 것은 유도가 아니라 일종의 공리와 같이 가정을 통해서 방정식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슈뢰딩거는 자신의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수학적으로 엄밀한 연역적 논증을 거치지 않았고, "그냥 이렇게 하면 됩니다" 수준의 계산 과정만 늘어 놓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슈뢰딩거의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양자역학은 기존의 물리 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은 고전 역학이나 고전 전자기 이론으로 부터 유도할 수 있는 식은 아닙니다. 고전 역학과의 유추, 혹은 물리 문제를 풀 때 주로 도입되는 수학적 과정등을 차용하여 방정식을 하나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방정식을 풀었더니 수소원자의 선 스펙트럼 실험을 설명할 수 있는 에너지식을 얻었습니다. 

 

그러면 지금 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이라는 것이 처음 이 세상에 나온, 슈뢰딩거의 1926년 논문 <Quantisierung als Eigenwertproblem>을 읽어 보고, 슈뢰딩거의 "유도"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논문을 독일러로 쓰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독일어를 몰라서 이 논문의 영어 번역본을 사용하겠습니다. 다양한 영어 번역본이 있지만, http://ofp.cosmo-ufes.org/uploads/1/3/7/0/13701821/quantisation_as_an_eigenvalue_problem.pdf 가 가장 이해하기 쉽고, 편집이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 위 링크의 PDF 파일을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논문은 12페이지 분량인데, 슈뢰딩거 방정식, 정확히는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방정식, 은 2페이지 중간쯤에 나옵니다. 즉, 양자역학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단 1.5 페이지만에 "유도"된 것 입니다. 나머지 10.5 페이지 분량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수소 원자에 적용하여 수소 원자의 에너지 레벨을 구하는 과정에 할애 됩니다. 물리학 전공 과목에서는 1학기 후반에 풀게 되는 바로 그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양자역학의 교과서에 충분히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실제로 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첫 1.5 페이지 분량을 이해하는데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문 번역 제목은 <Quantisation as an eigenvalue problem> 입니다. 우리말로 적당히 번역하면(발번역이면서 의역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고유치 문제로의 양자화", "고유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는 양자화" 라 할 수 있습니다. 양자화, 즉, 미시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법칙은 수학적으로 볼 때 미분 방정식의 고유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이 논문 보다 앞서 나온 하이젠베르크의 양자화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이 실수가 아닌 행렬이 되고, 이 행렬의 연산에 특수한 교환법칙이 필요했습니다. (뇌피셜입니다) 슈뢰딩거는 아마 하이젠베르크의 양자화 방법은 자연스럽지 못 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논문에서는 익숙한 고유치 문제를 푸는것이 자연스러운 양자화의 방법이 되고, 이를 통해 수소원자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제목 다음 문단은 초록(Abstract)인데, 슈뢰딩거는 초록에서 자신의 양자화 방법이 기존의 방법(하이젠베르크의 방법)에 비해 매우 자연스럽다는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초록을 발번역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논문에서, 가장 간단한 경우인 (비상대론적이고 섭동이 없는) 수소 원자를 통해, 양자화에 대한 기존 방법이 "정수"와 같은 가정이 없는 새로운 방법으로 대치 될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기존의 방법론에서와 같이 "정수"를 가정하는) 대신에, "정수 조건"은 진동하는 줄에서 "노드의 갯수"가 정수인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얻어질 것이다. 이 새로운 해석(방법론)은 매우 일반적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양자역학의 핵심에 이를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슈뢰딩거 방정식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생략을 하면, 초록은 긴 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기존 방법론에서 항상 가정하던 "정수 조건"이 없어도 수소 원자의 문제를 풀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2) 이 방법론에서도 결론적으로 "정수 조건"이 얻어지는데, 이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진동하는 줄(현)의 문제에서 볼 수 있는 "정수 조건"과 사실상 같다

 

입니다. (1)과 (2)는 사실 얽혀 있는데, (2)를 이해하면 (1)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진동하는 줄에서 어떻게 "정수 조건"이 나오는지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양끝이 고정돼 있는 진동하는 줄(현)은 기타나 바이올린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살짝 튕기면 줄이 진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줄을 움직임을 기술하는 방정식은 파동 방정식으로 파동 방정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이를 1차원에 적용하는 것은 이전 포스팅

https://studyingrabbit.tistory.com/36

 

2차원 헬름홀츠 방정식(Helmholtz equation) 풀기 : 고유 함수의 개형, 고유 진동수 및 고유 진동수의

헬름홀츠 방정식 헬름홀츠 방정식은 $$( \nabla^2 + k^2 )f(\vec{r}) = 0$$ 인 편미분 방정식 입니다. 헬름홀츠 방정식은 주로 물리학의 응용에서 자주 나오곤 하는데요,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 혹은 열

studyingrabbit.tistory.co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헬름홀츠 방정식에 대한 포스팅인데, 파동 방정식의 위치에 대한 방정식이 바로 헬름홀츠 방정식 입니다. 위 포스팅의 결론만 간단히 요약하면, 헬름홀츠 방정식은 일종의 고유치 문제이며, 양 끝이 고정된 현의 진동의 크기는 위치 $x$에 따라서

$$f(x) = A \sin \Big( \frac{n\pi}{L} x \Big) $$

과 같이 나타 낼 수 있고, 이 때 이 진동의 주기는 $\omega_n = \frac{c\pi}{L}n$와 같이 $\frac{c\pi}{L}$의 "정수배"가 됩니다. 여기서 "정수배"는 양끝이 고정된 경우, $f(x)$가 0이어야 한다는 매우 자연스러운 구속조건에 의해서 나오게 됩니다. $\omega_n$는 시스템의 "고유 진동수"가 되고, 이 값은 문제의 구속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매우 자명한 문제로, 물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슈뢰딩거는 초록을 통해서 자신의 방법론이 바로 앞 문단에서 알아본 "진동하는 현"의 문제와 같이 매우 자명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럼 이제 본문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이 뭔지 모르시는 분은 이 글은 그냥 그만 읽고,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에 대해서 다룬 이전 포스팅을 보는 편이 좋습니다)

 

고전 역학 문제의 목표는 시간에 따른 입자의 위치 $x(t)$를 찾는 것인데, 해밀턴과 야코비의 방법론에서는 $H(q, \frac{S}{q}) = E$ 를 만족하는 $S(q)$를 찾는 것으로 형태가 바뀝니다.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을 모르시는 분은 아마 이 첫 번째 식부터 이해가 안되실 텐데,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 부분이 이해가 안되면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을 다룬 포스팅을 먼저 읽고 와야 합니다. 

 

슈뢰딩거는 $S = K \log \psi$와 같이 $S$에 대해서 식을 다루는 대신 새롭게 도입된 함수인 $\psi$를 이용해서 식을 기술합니다. 이를 다시 쓰면 $\psi(q) = e^{S(q)/K}$인데, $K$는 $S$와 차원이 같은 상수이며($S$의 차원은 액션 = 운동량 x 위치 입니다), 결과적으로 $K^2 = -\hbar^2$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을 이용하여 입자와 파동이 "닮아" 있음을 볼 때, $S$는 파동의 위상(phase)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psi(q) = e^{S(q)/K}$ 형태로 쓰는 것은 파동을 기술하는 식 $e^{i \theta}$ 처럼 쓰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슈뢰딩거의 논문에서는 "입자는 곧 파동이니, 파동을 기술하는 것 처럼 $\psi = e^{i \theta}$ 이어야 한다"는 설명은 없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S \rightarrow \psi$로의 변수 변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변수 변환을 하면 $\psi$에 대한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은

$$H \Big(q, \frac{K}{\psi} \frac{\partial \psi}{\partial q} \Big) = E$$

가 됩니다. $H = \frac{p^2}{2m} + V(q)$에 대해서 풀어 쓰면, 

$$\frac{K^2}{2m}  \Big(\frac{\partial \psi}{\partial q} \Big)^2 + \Big(V(q) - E \Big) \psi^2=0$$

이 됩니다. 이 식은 $\psi$와 $\frac{\partial \psi}{\partial q}$에 대한 2차 형식이 됩니다. 

 

여기까지가 첫 페이지의 내용입니다. 보통의 고전 역학 문제였다면, 위 식을 만족하는 $psi$를 구하는 것이 문제였을 것 입니다. 아마도 슈뢰딩거도 처음에는 이 식을 만족하는 $\psi$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이 식을 풀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서 논문에서와 같이 "도대체 왜 이래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방법을 통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었을 것 입니다. 

 

슈뢰딩거는 다소 쌩뚱맞게, 위 식의 해 $\psi$를 푸는것은 하지 않고, "전공간에서 실수 이면서, 일가 함수(single valued) 이면서, 유한하고, 두 번 미분 가능하면서, 앞에서 얻은 $\psi, \frac{\partial \psi}{\partial q}$에 대한 2차 형식의 전공간 적분을 극값(extremum)이 되게하는 함수 $\psi$" 가 무엇인지를 찾습니다.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의 해 $\psi$를 찾는 대신에, 왜 이런 성질을 갖는 함수 $\psi$를 찾아야 하는지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풀어야 하는 문제는 전자-양성자로 이루어진 수소원자 시스템이니, 해밀토니안의 $V(q)$에 쿨롱힘에 의한 위치에너지 $-\frac{e^2}{r}$를 대입합니다. 그리고 정리하면 위 논문의 식과 같이 

$$ \Big| \nabla \psi \Big|^2  - \frac{2m}{K^2} \Big(E + \frac{e^2}{r} \Big) \psi^2 = 0$$

를 얻습니다. 식을 간단하게 쓰기 위해서 $\nabla$를 이용하였습니다. 슈뢰딩거는 이 식의 좌변을 $\psi, \nabla \psi$에 대한 범함수(Funtional)의 피적분함수로 보고, 이 범함수를 극값(extremum)으로 만드는 함수 $\psi$를 찾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오게 되는 부분인데, 앞서서도 여러번 설명했듯, 위 식을 만족시키는 $\psi$를 찾으려 하지 않고 위 식의 좌변을 범함수의 피적분함수로 생각해서 이 범함수의 극값을 주는 $\psi$를 찾으려 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단순히 저 식을 만족하는 $\psi$를 찾는 시도를 하였지만 별다른 결과를 못 얻었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시도해 본 것이 논문의 방식이었을 것이고, 그 방식에 따라 얻어진 식의 고유값을 구해보니, 그 고유값이 수소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얻어졌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슈뢰딩거의 방법을 따르면 문제는 위 논문 발췌의 식 (3)과 같이 변분법(Calculus of variation)을 풀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논문의 두 번째 페이지의 마지막 부분이자,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세상에 나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논문이 설명대로 위 범함수의 극값을 주는 해 $\psi$ 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위 범함수 $J$의 피적분 함수는 $\psi, \nabla \psi$의 제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간단하게 오일러-라그랑쥬 방정식을 적용할 수 있고, 이렇게 얻어진 $\psi$에 대한 방정식이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이 됩니다! 앞서서 언급한대로 $K^2 = -\hbar^2$이 되어야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위 식을 이쁘게 정리하면 우리가 익히 쓰고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

 

$$-\frac{\hbar^2}{2m} \nabla \psi + \Big(- \frac{e^2}{r} \Big) \psi = E\psi$$

 

가 됩니다. 이 범함수의 적분 영역은 3차원 전공간으로 적분 영역의 경계에 해당하는 원점으로 부터 무한히 떨어진 곳의 $\psi$값은 $\psi$에 대한 경계 조건이 됩니다. 수소 원자 문제를 풀 때, 원점(양성자의 위치)로 부터 무한히 먼 곳에서는 $\psi$와 $\nabla \psi$가 모두 0이어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psi(r=\infty) = \frac{\partial \psi}{\partial r}(r=\infty) = 0$$

 

이후 부분에는 경계조건을 만족하는 방정식의 해는 에너지 $E$가 $E = -\frac{13.6eV}{n^2}$ 의 형태로 주어질 때만 존재할 수 있고, 이때의 $E$는 수소 원자의 선스펙트럼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에너지 준위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위 방정식을 극좌표를 이용하여 풀어서 쓰고, $\theta, \phi$ 변수의 해는 구면조화함수가 나오고 $r$ 변수의 미분 방정식을 구면조화함수의 $l, m$값에 따라서 풀게 됩니다. 이 방식은 학부 양자역학 과정에서 한 번쯤 해 보기 때문에, 논문 뒷 부분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요약하면,

(1) 케플러 문제($V = -\frac{e^2}{r}$)의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에서 $\psi = e^{\frac{S}{\hbar}}$와 같이 변수 변환을 한다.

(2)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을 정리하여 $\psi, \nabla \psi$의 2차 형식을 얻고, 이 2차 형식을 피적분 함수로 하는 범함수를 정의한다. 범함수 적분은 3차원 공간 전체이다.

(3) 이 범함수가 극값을 갖게 하는 $\psi$를 찾는다.

입니다. (3)의 과정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이 나오게 됩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왜 (2)의 과정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저런 과정을 했으니, 슈뢰딩거 방정식은 유도할 수 없는 양자역학의 공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화 조건, 즉 에너지가 띄엄 띄엄한 값을 가져야 한다, 은 $\psi, \nabla \psi$의 경계조건으로 부터 나오게 됩니다. 진동하는 1차원 줄(현)의 고유 진동수가 특별히 정해진 띄엄 띄엄한 값을 갖게 되는 이유가 "양 끝 점에서는 현의 진동이 없어야 한다"와 같은 경계 조건이듯,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특별한 값만 갖게 되는 것은 "원점에서 무한히 먼 곳에서는 파동함수와 파동함수의 1계 미분이 0 이어야 한다"는 경계 조건 때문입니다. 미분 방정식에서 경계 조건이 도입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양성자의 위치에서 무한히 먼 곳에서는 파동함수(정확히는 이게 무엇인지는 물리적으로 정의하지는 않았지만)와 그것의 미분이 0 이 된다는 것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이를 정말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논문의 초록에서 슈뢰딩거가 언급한 것과 같이, 슈뢰딩거의 방법론에서의 양자조건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조건에 비해서 훨씬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양자역학의 언어로 설명하면, (2)에서 정의한 범함수는 $\psi$에 대한 에너지 기대값

 

$$E[\psi] = \langle \psi | H | \psi \rangle$$

 

와 같습니다. 학부 양자역학 2학기 중간즈음에 변분원리(Variational principle)을 통한 파동함수 혹은 바닥상태의 에너지를 근사적으로 구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이에 따르면 해밀토니안 $H$에 대응되는 고유함수와 고유값은 위 에너지 기대값을 극값으로 하는 $\psi$와 그때의 $\langle \psi | H | \psi \rangle$가 됩니다. 물론 파동함수는 정규화(normalization)이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langle \psi | \psi \rangle = 1$이 구속 조건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구속조건이 있는 변분법이기 때문에 라그랑쥬 Multiplier가 도입이 되게 되고, 이 값을 $E$라고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범함수는 

 

$$E[\psi] =\langle \psi | H | \psi \rangle - E(\langle \psi | \psi \rangle-1) $$

 

이 되고, 이 값을 오일러-라그랑쥬 방정식에 대입하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게 됩니다. 즉 슈뢰딩거는 위 (2)와 같은 가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늘날 우리가 에너지 기대값이라고 부르는 범함수를 사용한 것이고, 이로 부터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최소화 시키는 파동함수의 조건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왜 $E[\psi] =\langle \psi | H | \psi \rangle - E($\langle \psi | \psi \rangle-1) $가 양자 시스템의 에너지 기대값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슈뢰딩거 방정식은 유도 할 수 없는 공리가 됩니다.


슈뢰딩거는 이 논문을 시작으로, 자신이 얻은 슈뢰딩거 방정식과 이 방정식의 해인 파동함수 $\psi$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초창기 슈뢰딩거의 논문을 검색할 수 있는데, 상당히 재미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추가적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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