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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대칭성을 이용한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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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reer of a young theoretical physicist consists of treating the harmonic oscillator in ever-increasing levels of abstraction.
-Sydney Coleman

 

양자역학에서 대칭성은 매우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양자물리에서의 대칭성은 단지 문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양자장론이나 그 보다 심도있는 수준의 양자물리학에서 대칭성은 어쩌면 양자역학 혹은 더 과장한다면 물리학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중에 하나인 "보존 법칙"은 대칭성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칭성이 물리학의 그 자체" 임을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 합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라고, 어려운 것을 알기 위해서는 쉬운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대칭성을 잘 이용하면 문제를 매우 쉽게 풀 수 있음을 간단한 예제 문제를 통해서 알아 보려고 합니다. "간단한 예제 문제" 라고 하면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조금이라도 물리를 공부하신 분이라면 그러한 문제는 단조화 진동자 임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습니다. 1차원 단조화진동자 문제는 너무 단순하니, 이번 포스팅에서는 2차원 단조화 진동자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단위를 적절히 선택하면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의 해밀토니안을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H = \frac{1}{2}p_x^2 + \frac{1}{2}p_y^2 + \frac{1}{2}x^2 + \frac{1}{2}y^2 = H_x + H_y$$

 

1차원 단조화 진동자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계실텐데요, 2차원 단조화 진동자는 1차원 단조화 진동자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x,y] = [p_x, p_y] = [x, p_y] = [y, p_x] = 0$ 이기 때문에 $x$축의 자유도와 $y$축의 자유도는 완전히 분리되고, 따라서 위 문제의 해(고유 함수와 고유 값)은 

$$|\psi \rangle = |n_x, n_y \rangle$$

$$E(n_x, n_y) = \Big(n_x+\frac{1}{2}\Big) + \Big(n_y+\frac{1}{2}\Big) = (n_x + n_y + 1)$$

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것 입니다. $n_x, n_y$는 0을 포함한 양의 정수 ($0, 1, 2, 3, ...$)이 되고 따라서 $E = (N+1)$, 여기서 $N=0, 1,2, 3, ...$ 이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 각 $N$마다 $2N +1$의 축퇴(degeneracy)가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다면, 이 글을 읽는 것 보다는 양자역학 교과서를 한 번 더 읽는 편이 좋습니다.

 

이 문제의 포텐셜 에너지를 다시 쓰면 $\frac{1}{2}r^2$와 같이 거리에 대한 함수로 쓸 수 있습니다. 각도 $\theta$에 대한 함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극좌표를 동입하여 문제를 풀면 $\theta$방향의 문제는 매우 자명해지고, 결과적으로는 거리 $r$ 방향의 문제만 풀어도 됩니다. $r$방향의 문제를 푸는것, 그리고 $\theta$방향의 각운동량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 약간 귀찮거나 어렵긴 하지만, 1차원 단조화 진동자를 2개 푸는 것 보다는 한결 새련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위 문단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밀토니안이 $\theta$에 대해 무관하므로 이 문제를 극좌표에서 푸는 것은 대칭성을 이용하여 문제를 간단히 푸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칭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풀 수 있을 만큼 너무 간단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칭성을 사용했을 때의 편리함을 느끼지 못 하겠지만, 어쨌든 이 문제는 $z$축 방향의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성질을 이용하여 풀 수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논의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위 해밀토니안의 대칭성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칭성을 찾는다"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쉽게 생각해서 "보존량을 찾는다"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양자역학 문제에서 보존량을 찾는것이 힘들다면, 고전역학의 문제에서 보존량을 찾는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고전역학 문제에서 보존량을 찾은 다음에, 그것을 양자역학적인 연산자(operator)로 바꿔 놓으면 되니까요.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보존량은 앞서 설명한대로 각운동량 입니다. 2차원 단조화 진동자 문제는 중심력장(central force field) 문제이기 때문에, 각운동량이 보존됩니다. 중심력장 하에서의 물체의 운동에서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것은 고전역학의 아주 기본적인 정리 중 하나 입니다. 물체의 운동이 2차원에 국한 돼 있기 때문에, 각 운동량의 방향은 $z$축과 나란하고 그 크기는 $L_z = xp_y - yp_x$가 됩니다. 양자역학적인 연산자로 바꾸면 $\hat{L_z} = \hat{x}\hat{p_y} - \hat{y}\hat{p_x}$가 됩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hat{O}$와 같이 연산자 표시를 계속 쓰는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서 이것이 고전역학의 물리량(실수)인지 아니면 양자역학의 물리량(연산자)인지 적당히 알아채면 됩니다. 

 

각 운동량 $L_z = xp_y - yp_x$이 보존량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문제의 해밀토니안 $H$와의 교환 관계가 성립됨을 보이면 됩니다. 즉, $[H, L_z] = 0$ 임을 보여야 합니다. $[x, p] = i$ 를 여러번 활용하면 $[H, L_z] = 0$임을 보일 수 있는데, 독자분께서 직접 해 보는 숙제로 남기겠습니다. 아마 양자역학 수업 시간이나 숙제로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 입니다. 

 

또 다른 보존량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역학에서 $x, y$ 좌표의 시간에 따른 궤적은

$$x(t) = A_x \sin (t + t_x)$$

$$y(t) = A_y \sin (t + t_y)$$

$$p_x(t) = A_x \cos (t + t_x)$$

$$p_y(t) = A_y \cos (t + t_y)$$

와 같이 주어집니다. 삼각함수 법칙

$$\cos \alpha \cos \beta = \frac{1}{2} \Big( \cos(\alpha + \beta) + \cos(\alpha - \beta)\Big)$$

$$\sin \alpha \sin \beta = -\frac{1}{2} \Big( \cos(\alpha + \beta) - \cos(\alpha - \beta)\Big)$$

를 이용하면,

$$S_1 = \frac{1}{2} \Big(p_x p_y + xy \Big) = \frac{1}{2} A_x A_y \cos(t_x - t_y)$$

와 같이 시간에 무관한 양, 즉 위 $S_1$값에는 시간 $t$가 없습니다, 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x,y$ 방향의 운동은 각각 에너지가 보존되는 양이고, 서로의 운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각 방향의 운동에너지의 차이 역시 보존되는 양 입니다. 이 값을 $S_2$라고 쓰면,

$$S_2 = \frac{1}{2} \Big( \frac{1}{2}p_x^2 + \frac{1}{2}x^2 \Big)  - \frac{1}{2} \Big( \frac{1}{2}p_y^2 + \frac{1}{2}y^2 \Big) $$

는 보존되는 값 입니다. 

 

앞에서 각 운동량을 $L_z$라고 썼는데, 위에서 찾은 두 보존량을 $S_1, S_2$로 쓴 것과 같이 $S_3 = \frac{1}{2} L_z$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H, S_1] = [H, S_2] = [H, S_3] = 0$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독자분들께 숙제로 남기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 단지 $[x, p] = i$ 를 여러번 반복하여 0이 되도록 만들면 됩니다. 위 $S_1, S_2, S_3$를 정의하는 식에서 공통적으로 불필요해 보이는 $\frac{1}{2}$를 추가하여 곱했는데요, 이는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S_1, S_2, S_3$ 끼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직접 $[S_1, S_2], [S_2, S_3], [S_3, S_1]$를 계산해 보면 됩니다. 역시 별다른 방법은 없고 단지 $[x, p] = i$ 를 여러번 반복하면 됩니다. 여기서 답만 쓰면, 

$$[S_1, S_2] = i S_3$$

$$[S_2, S_3] = i S_1$$

$$[S_3, S_1] = i S_2$$

를 얻습니다. 이 식을 하나의 식으로 축약하여 쓰면

$$[S_i S_j] = i \epsilon_{ijk}S_k$$

이 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식인데요, 바로 양자역학에서 각 운동량 연산자의 교환 관계식 입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S_1, S_2, S_3$이 각 운동량 연산자의 교환 관계식과 동일한 관계식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신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운동량 연산자는 3차원 회전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의 문제는 2차원 평면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3차원 회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S_1, S_2, S_3$를 이용해서 해밀토니안 $H$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S_1^2 + S_2^2 + S_3^2 = \frac{H^2 -1}{4}$$

이 됩니다. 이 역시 좌변을 직접 계산하면, 우변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S_1, S_2, S_3$이 실제로 각 운동량을 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S_3$는 실제 각 운동량이긴 합니다, $S_1, S_2, S_3$의 교환 관계식이 각 운동량의 교환 연산과 같기 때문에 $S_1, S_2, S_3$를 각 운동량 연산자 처럼 취급 할 수 있습니다. 각 운동량 연산자에 익숙하다면, 각 운동량은 반정수(half integer)값 $j = \frac{n}{2}$를 갖는다는 것을 알 것이고(여기서 $n$은 양의 정수), $S_1^2 + S_2^2 + S_3^2$는 총 각 운동량의 제곱임이 됨을 역시 알 것 입니다. 또한 $S^2$와 $S_3$의 고유 벡터를 이용하여 해당 연산자의 고유 벡터를 기술하면 2개의 양자수를 이용하여 $|\psi \rangle = |J, J_3 \rangle$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 입니다. 이 부분이 익숙하지 않다면, 역시 이 글을 계속 읽기 보다는 양자역학 교과서의 각 운동량과 조화함수 부분을 다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운동량 연산자의 고유값을 이용하여 우리 문제의 고유값을 구할 수 있는데요, 바로 위 식에서 좌변의 고유 벡터는$|\psi \rangle = |J, J_3 \rangle$이 되고, 고유 값은 $E = J(J+1)$이 됩니다. $J = \frac{n}{2}$라고 했으니,

$$S^2 = \frac{n}{2}\Big(\frac{n}{2} +1\Big) = \frac{E^2-1}{4}$$

를 얻습니다. 위 식을 $E$에 대해서 정리하면, 최종 형태인

$$E = (n+1)$$

를 얻게 됩니다. 주어진 각 운동량 $J = \frac{n}{2}$에서 축퇴도는 $2J+1 = n+1$로 주어지니, $E$의 축퇴도 역시 $n+1$이 됩니다. 이 결과는 이 글의 맨 윗부분에서 2차원 단조화 진동자를 단지 1차원 단조화 진동자의 합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풀었을 때와 같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보통의 방법은 

 

(1) 1차원 문제를 우선 푼다. 1차원 미분 방정식을 그대로 풀어도 되고, $a, a^{\dagger}$를 도입하여 대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도 된다

(2) 2차원 문제는 1차원 문제 두 개의 합이기 때문에 (1)의 결과를 이용한다

 

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a, a^{\dagger}$와 같은 연산자를 도입하여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1) 시스템의 보존량을 찾는다

(2) 보존량 끼리의 관계식을 구하고, 보존량으로 해밀토니안을 기술한다

 

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 문제에서 보존량 $S_1, S_2, S_3$를 이용하여 해밀토니안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고, $S_1, S_2, S_3$이 익히 알고 있던 각 운동량의 교환 관계식과 동일한 관계식을 갖는다는 것을 활용하여 각 운동량 연산자의 성질을 이용하였습니다. 각 차원별로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문제가 정의된 차원(2차원)에서 그대로 풀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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